관세청이 올해 1분기 국경 단계에서 마약류 302건, 180kg을 적발하며 여행자 경로로 다시 확산하는 밀반입에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명구 관세청장이 6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관세청 2026년 1분기 마약밀수 단속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관세청은 4월 6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이명구 관세청장 주재로 2026년 1분기 마약밀수 단속 현황을 공개하고 마약척결 대응본부 회의를 열었다. 이 본부는 통관·감시·수사 기능을 아우르는 청장 직속 지휘 체계로, 전국 세관의 마약단속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도록 올해 1월 출범했다. 출범 이후 매주 회의를 이어오며 적발 동향과 대응 성과를 점검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본청 간부 13명과 전국 세관 조사·통관 부서장 10명 등 모두 23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1분기 마약단속 적발 추세를 공유하고, 지난해 12월 발표한 마약단속 종합대책을 바탕으로 여행자·특송화물·국제우편 등 주요 밀반입 경로별 단속 현황과 향후 계획을 집중 논의했다. 현장 통관·감시·수사과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로별 위험요인과 보완 과제를 점검한 점도 특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경 단계에서 적발한 마약은 총 302건, 180kg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적발 건수는 13% 늘었고, 중량은 5% 줄었다. 건수는 증가했지만 중량은 소폭 감소한 셈이다. 다만 대형 필로폰 밀수가 이어지면서 전체 적발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역대 최고 적발 기록 이후에도 마약 밀수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밀수 경로별 흐름에서는 여행자 경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kg 이상 대형 필로폰 적발이 잇따르며 여행자 분야의 건수와 중량이 모두 크게 늘었다. 반면 국제우편은 건수와 중량이 모두 감소했고, 특송화물은 건수는 줄었으나 중량은 소폭 증가했다. 관세청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에 집중됐던 밀수 경로가 다시 여행자 분야로 회귀하는 양상으로 분석했다.
대형 여행자 밀수 적발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1kg 이상 대형 필로폰 적발은 2024년 20건, 86kg에서 2025년 23건, 135kg으로 증가했고, 올해 3월까지도 7건, 32kg이 적발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건수는 40%, 중량은 73% 늘었다. 관세청은 여행자 통로가 다시 주요 반입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검사 역량을 현장에 집중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캐나다발 특송화물에서 24kg, 태국발 여행자에서 16kg 규모의 필로폰이 적발되며 전체 적발 중량을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2024년 이후 적발 실적이 없었던 자가소비용 헤로인이 국내 체류 외국인인 영국인의 국제우편물에서 확인됐다. 대형 필로폰 밀수뿐 아니라 헤로인까지 등장하면서 국내 유입 마약의 종류가 한층 다양해질 가능성도 감지됐다.
출발 국가를 보면 대륙별로는 아시아, 북미, 아프리카, 유럽 순으로 적발량이 많았다. 국가별로는 태국, 캐나다, 베트남, 미국 순이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발 항공 여행자에게서 필로폰 4kg, 에티오피아발 항공 여행자에게서 필로폰 3kg이 적발되면서 유럽보다 많은 적발량을 기록했다. 관세청은 기존 주요 위험국뿐 아니라 새로운 우회 경로에도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 경유 시도 증가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간 대표적인 태국발 적발 품목으로 꼽히던 야바 24kg이 특송화물에서 적발됐는데, 관세청은 이를 베트남을 거치는 우회 밀반입 시도가 늘어난 신호로 해석했다. 단순히 출발국만 보는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경유지와 운송 형태까지 포함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행자 분야 단속 실적은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전국 마약전담 검사대 등에서 우범자 집중검사를 벌여 총 178건, 64kg을 적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128%, 중량은 78% 증가한 수치다. 우범 항공편 착륙 직후 법무부 입국심사 전에 여행자의 신변과 기내수하물을 일제히 검사하는 ‘Landing 125’를 통해서도 코카인 2kg을 적발했다. 공항 도착 직후를 겨냥한 선제 검사 방식이 실효성을 보인 셈이다.
관세청은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마약전담 검사대를 6월까지 운영하면서 현장 보완 의견을 반영한 뒤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시행 중인 Landing 125도 7월부터는 제2여객터미널까지 확대한다. 여행자 입국 단계 전반에 걸친 선별·집중검사를 강화해 반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송화물 분야에서는 우범국발 화물 집중판독제를 운영하고 있다. 100% 엑스선 검사와 함께 마약 탐지견 교차 검사를 병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우범국발 전담 엑스선 검사구역을 별도로 지정해 고경력 인력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있다. 충분한 판독 시간을 확보해 정확도를 높이려는 조치다. 앞으로는 판독 인력을 추가 확보해 특송화물 1건당 7초 이상 판독 시간을 확보하고, 우범화물 검사 비율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제우편 분야에서는 기존 공항만 국제우편물류센터 중심 검사 체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내륙 주요 물류 거점인 5개 우편집중국에 마약 검사 2차 저지선을 구축해 4월 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동서울 우편집중국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시범 운영했고, 부천·안양·부산 우편집중국과 중부권 광역 우편물류센터까지 확대했다. 공항만에서 1차 검사를 마친 우편물이 내륙 거점에 도착했을 때 다시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마약척결 대응본부를 중심으로 매주 적발 동향을 공유하고, 종합대책의 추진 성과를 상시 점검해 미진한 부분은 즉시 보완할 계획이다. 전담 검사구역 추가 설치와 첨단 검사장비 보강도 검토하고 있다. 국경 단계에서 사각지대 없는 감시망을 구축해 국내 유입 이전에 차단하는 체계를 굳히겠다는 목표다.
이명구 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마약범죄는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반드시 국경에서 한발 앞서 마약을 차단해야 한다”며 “관세청은 단순한 단속기관을 넘어 국민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다는 사명감을 가져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세청은 적발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신속한 통제배달로 이어지는 마약 수사의 강점을 보유한 만큼, 사법개혁 등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해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관세청은 국민의 신고 참여도 요청했다. 마약밀수 신고는 전화 125번으로 가능하며, 관세청 누리집 내 밀수신고 메뉴를 통해서도 접수할 수 있다. 국경 현장의 검사 강화와 함께 사회 전반의 경각심과 제보 체계를 넓혀야 마약 범죄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채현숙
기자
